“기본이론 충실한 설계 통해 경쟁력 확보·시장선도 ”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반복되는 설계오류다. A현장에서 발생한 문제가 B, C 현장에서도 나타난다는 의미다. 저렴한 비용으로 설계를 진행하다보니 ‘복사해서 붙여넣는 방식’으로 도면을 찍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설계도에 투영된 셈이다.

이러한 현실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기계설비설계분야에서 독보적인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보유한 (주)GE엔지니어링이다. 본보가 기계설비설계시장을 선도하는 GE엔지니어링을 찾아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임직원 100% 전문자격 보유…기술 중시 기업 문화
과감한 도전 통해 새로운 기계설비 문화 확산 일조

김회률 GE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설계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회률 GE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설계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본이론에 충실하지 않은 설계는 설계가 아닙니다.”

부산에 위치한 (주)GE엔지니어링이 강조하는 신념이다. 본사 소재지는 부산이지만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를 무대삼아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설계기술에 있어서는 독보적이라는 의미다.

김회률 GE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설계에서 똑같은 건 하나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몇몇 산업분야에서는 베껴도 되는 일도 있지만 설계만큼은 절대로 베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계마다 관련 이론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 기계설비 만능기업 자리매김
GE엔지니어링은 2001년 2월 설립된 기계설비설계와 TAB·커미셔닝(Commissioning) 전문업체로 공기조화, 냉동공조 등 기계설비산업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계설비성능점검업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등 기계설비산업에서 만능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입지를 다지게 된 비결은 철저하게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에 답이 있었다. 이를 위해 채용시 전문자격을 갖춘 직원을 우대하고 있다. 

김회률 대표는 “현재 직원 100%가 전문자격을 보유한 전문가”라며 “과거보다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은 있지만 그나마 기계설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인근에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GE엔지니어링이 수행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건은 전무하지만 부산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수 인재를 꾸준히 채용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부경대, 해양대 등에 설치된 냉동공조공학과, 기계설비학과를 졸업한 지역 출신의 젊은 전문인재를 기업이 고용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기업의 고품질 설계도 실현하고 있다. 

◇ 흠결 없는 설계로 기술력 입증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현재 플랜트 HVAC, 대공간공조설비, 산업시설 유틸리티 설계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조선소 유틸리티 설계와 도장공장 공조환기설계 기술력도 남다르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는 입지에 오르기까지 에는 수없이 많은 난관도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현장은 국립수산진흥원 연구동 설계다. GE엔지니어링은 메인파워플랜트에 그 당시 실제 적용된 적이 없는 1차, 2차 펌프로 과감히 변경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기에 시행착오를 경험했다고 김 대표는 회상했다.

입상배관에 30마력의 펌프축을 설치했는데, 모터의 중량 자체가 무거워 제대로 가동되질 않았던 것. 이후 설계보완 등을 거쳐 모터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까지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에도 굴하지 않고 도전함으로써 향후 기술 트렌드 변화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 공동주택의 노후 급수배관을 교체할 때 옥상 물탱크 구조를 부스터 펌프로 바꾸는 데 일조한 기업도 바로 GE엔지니어링이다. 

과거에 쉽게 볼 수 있는 급수 방법 중 하나인 옥상 물탱크 방식의 경우, 고층의 수압은 너무 약하고 저층의 수압이 너무 세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스터 펌프로 설계해야 한다고 GE엔지니어링은 판단, 부산울산경남 소재 일부 공동주택 단지에 교체를 제안해 부스터펌프 교체를 이끌어 냈다. 이 방식의 효과는 향후 수도권으로도 확산돼 궁극적으로는 부스터펌프의 전반적인 기술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현장 샵드로잉 없는 명품설계서 제공으로 인정받아
적정 설계 단가 확보 위한 정부 제도 개선 필요 강조

◇ 현장 샵드로잉 없도록 100% 책임 
GE엔지니어링은 설계 업무를 장기프로젝트로 여기고 준공될 때까지 참여한다. 특히 참여하는 프로젝트 현장에서 시공업체가 샵드로잉을 하는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국내외 전현장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18개국에 기술 수출뿐 아니라 해외 플랜드 설계에서도 명성이 높아졌다. 지난 2019년에는 헝가리에 법인을 설립해 유럽지역의 배터리시장 등 미래 산업시설 설계에도 발을 내딛었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자동차공장 사업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사무실에서 모델링까지 전부 다 제공하기에 현장 샵드로잉이 굳이 필요 없다”며 “설계단계가 완벽하게 이뤄지기에 기계설비시공업체도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E엔지니어링은 현장에 도면을 3번 이상을 출력해서 제공한다. 그 정도로 방대한 양을 담아내서 공급한다는 설명이다. 

김회률 대표는 “설계를 대충해서 현장에 공급하면 결국은 발주자나 시공자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며 “상세하게 작성해서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체교육에도 매진하고 있다. 변화하는 기준에 부합한 설계도서를 제작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분기별로 주기적 교육 일정을 정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술교양에도 힘쓰고 있다. 

그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배경은 기계설비설계 품질 확보가 전체 기계설비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까닭에 있다. 그는 “기계설비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설계가 잘 돼야 한다”며 “그래야 기계설비공사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지속가능한 성장, 후학 양성 중요 
GE엔지니어링은 실제 현장의 특성을 반영해 설계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그만큼 시공현장의 고충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지금 기계설비설계 현장에서 겪는 문제점은 신규인력이 없다는 것.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김회률 대표를 필두로 GE엔지니어링은 직무능력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건설현장은 고령화되어가고, 관련 학과를 졸합한 청년 인재들이 기계설비산업으로 유입이 안 되는 만큼 전문 교육과 재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시 중단됐지만, 부산기계설비건설회관에서 주3회 일정으로 ‘자격증 취득반’을 개설해 후학 양성에 나서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술사 같은 전문인력을 배출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 처우 개선 통해 인적 경쟁력 유지
GE엔지니어링은 △설계사업 △R&D연구개발 △TAB사업뿐 아니라 최근 △기계설비성능점검사업을 추가했다,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 비결은 직원 처우 개선을 통한 인적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김 대표는 “직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가 상대하는 클라이언트들이 유수의 대기업들이다보니 임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 가장 염두에 두고 경영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설계 단가가 낮다는 것.

그는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우수한 중소기업에게 적정 대가를 지급하는 계약 풍토가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공공이 발주하는 소액 공사, 용역, 물품구매 등 중소기업의 수의계약 범위를 확대하고 낙찰률도 상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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