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냉난방 공조시스템 시장 선도… “기술-인력 개발로 업계 발전 견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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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지이엔지니어링
기계설비-공기조화-냉동공조 등 특수공조 분야 엔지니어 직접 경영
직원 ‘워라밸’ 고려 선진 경영 앞장… 실무 경험 토대 기술인재 양성 나서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실내 공기와 공조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산업계와 가정에서도 높아지면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공기조화설비 시스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공조 및 환기 시설의 설계와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산에 위치한 ㈜지이엔지니어링은 국내 기계 설비 엔지니어링 분야를 선도하며 업계에 굵직한 획을 그어나가고 있다. 지이엔지니어링의 김회률 대표(사진)는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공조냉동 분야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베테랑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2001년 현 회사를 설립했고 현재까지 기계 설비, 공기 조화, 냉동 공조, 산업시설 유틸리티 등 특수공조 산업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기계 분야에서만 36년 넘게 활약했다.

김 대표는 끊임없이 연구하며 터득한 기술과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1990년부터 32년간 엔지니어링 업계 실무자를 대상으로 지금까지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부산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최신 건축기계설비 정보 및 전문 지식 강의를 통해 공무원 직무역량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냉난방공조 수준 한 단계 끌어올려
김 대표가 HVAC(공기조화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던 특별한 계기가 있다. 1990년에 일본에 방문한 그는 1970년대부터 개별냉난방 시스템을 설비해온 일본의 기술력에 감명을 받았다. 김 대표는 “1990년 이전 우리나라의 학교는 HVAC가 설비되지 않았고, 난방이라면 도시락을 올려놓는 난로나 여름에는 선풍기가 전부”라고 회고했다.

국내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HVAC 시스템이 확산 된 결정적인 시점은 1990년대 중반이었다. 이 무렵부터 학교에는 중앙식 냉난방 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에는 고급시설에만 사용하던 설비들이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학교 측의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HVAC로 인해 트렌드가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고 개별냉난방 시스템 적용을 적극 추천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각 시도교육청에서 개별냉난방 시스템 적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고, 결국 이로 인해서 국내 대기업도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서 트렌드가 바뀌는 과정을 거치게 됐다.

이 밖에도 김 대표는 기존 공동주택 노후 급수배관 교체공사 시 옥상의 물탱크 시스템을 부스터 펌프로 바꾸는 데에도 큰 일조를 하였다. 옥상 물탱크는 저층은 수압이 너무 세고 고층은 수압이 너무 약하고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런 물탱크를 부스터 펌프로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당시 부스터 펌프는 고가 장비였기 때문에 선호되지 않았지만 김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2000년대 초에 대부분 부스터 펌프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0년 이후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부스터 펌프가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사용량이 많아진 부스터 펌프의 가격이 내려가고 기술력이 향상되었다.

김 대표는 “당장의 눈앞의 이득보다는 트렌드를 읽고 아무도 하지 않았던 설비들을 새로 설계하고 도전하는 것 또한 경영자의 자질이자 용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술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과감하고도 한 박자 빠르게 선진 경영 기술을 도입했다. 김 대표는 주 5일제 근무가 법제화되기 이전부터 토요일 격주 휴무제, 유급 육아휴직제 활성화를 도입하여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장려했다. 또 2017년, 2019년, 2021년 등 3개년에 걸쳐 고용노동부 선정 청년 친화 강소기업 인증을 받았다. 2020년에는 여성가족부 선정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트렌드에 발 빠른 경영인으로 평가받게 됐다.

후학 양성에도 큰 뜻
김 대표는 2020년부터는 ㈔한국기계설비기술사회장으로 기계설비 업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는 기계설비법 시행에 따른 기계설비 기술기준, 기계설비 유지관리기준 제정에 참여하는 등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계설비의 유지관리와 엔지니어링 산업의 발전을 위한 국가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한 코로나19 시대에 기계설비 산업의 미래에 대한 기술 세미나를 주최하여 공조환기설비에 대한 관련 분야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다수의 대학교에서 강의와 특강을 하고 현재도 부경대에서 이론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공조설비설계 분야를 주제로 강단에 서고 있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해 6월 열린 ‘2021 엔지니어링의 날 기념 정부포상 전수식’에서 공조·환기·산업시설 유틸리티·해외 플랜트 설계에 큰 업적을 쌓고 대학과 산업현장에서 교육을 통해 기술인력 양성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김 대표는 현업에 종사하는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엔지니어는 정년이 없다. 적극성을 가지고 배우는 것을 잃지 않으면 일의 수명이 길고 생활이 윤택해 질 수 있다”며 배움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고 있다.

현실적인 정책으로 기업 발전 도모해야

김 대표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엔지니어이자 경영자로 유명하다. 김 대표에게 국내 기업 환경과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정부 정책의 탁상공론은 지양돼야 한다며 소리를 높였다.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도 선순환의 구조로 돌아갈 수 있지만 현 시각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산업 현장에는 기술사 같은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 인력이 아니고 실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목표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하여 실제로 지금 현장에서는 60대 이상의 노동자들이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중장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이유가 왜곡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에서 진행해야 할 사업들을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다 보니 기업은 손해고 고용창출 또한 정부에서 방해와 간섭하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큰 임금격차로 인해 인력 채용에 더 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관공서에서 발주하는 소액의 공사, 용역, 물품구매 등 중소기업의 수의계약 범위를 1억 원 이상 상향시키고 낙찰률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기업도 협력업체 간 거래에서 최소 범위의 수의계약 금액 상향을 해주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업도 협력업체와의 계약 시 구매담당 부서가 있어 수의계약의 범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협력업체 간 과열경쟁 구도와 관공서의 수의계약 범위 축소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 생태계가 말살 위기”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 대표는 “새 정부에서는 우수한 중소기업에 적정 대가를 지급하고,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여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도록 관공서 수의계약 계약범위 및 낙찰률 상향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지원 등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생겨나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HVAC 名家…‘기술개발, 인력 발굴에도 힘쓸 것’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대표는 강단에 서는 일뿐만 아니라 재능 기부를 통한 무료 봉사 강의를 하고 있다. 점점 건설 현장에 젊은 사람의 유입이 줄어들다 보니 노년층의 비율이 늘고 있으며, 이들에게 전문적인 교육과 지속적인 재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전문 지식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직접 이론과 실무가 곁들여진 수업을 하면서 김 대표는 건설업계의 인력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인식 개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현재 그가 이끄는 지이엔지니어링은 공조냉동 관련학과가 있는 부경대, 한국해양대, 동명대, 동의대 등에서 전문분야 교육을 받은 직원을 우선 채용하고 있다. 전문 인력으로만 구성된 지이엔지니어링은 플랜트 HVAC&Plumbing, 대공간 공조설비, 산업시설 유틸리티 설계 분야에서 큰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조선소 유틸리티 설계 및 도장공장 공조환기 설계 기술에도 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해당 기술은 현재 조선 4사 등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한편, 국내를 넘어 18개국에 기술 수출의 성과를 이루며 해외 플랜트 설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9년엔 헝가리에 법인을 설립해 유럽 지역에서 전기배터리 등 미래 산업 시설 설계에도 진출했다.

김 대표는 “기계설비 분야 혁신을 위해 3D 설계와 차세대 기술 인력의 역량 개발에도 힘쓰며, 제로 에너지건물의 보급에 따른 고효율 냉난방 공조기술 설계에도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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